[사순절-예수님 따라걷기] 첫번째-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다
holinesscode
2015-03-16
사실 목회를 하면서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절기 설교입니다. 절기는 매년마다 반복되고, 또 선택할 수 있는 성경의 본문도 한정되어 있어서 항상 새로운 것을 성경 안에서 끄집어 낸다는 것이 생각만큼 녹록한 일은 아닙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을 설교자들 중에서는 동의하지 못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말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앞두고 차근차근 예수님의 발자취를 함께 걸어가보려고 합니다. 혹시, 그동안 성경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 있다면 함께 공유하면서 좋은 묵상들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학자들은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게 나눈 식사를 유월절 식사라고 생각을 합니다. 유월절의 규례에 대해서는 제2차 성전시대의 문헌들에 너무나 잘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예수님 때에 어떻게 유월절을 지켰는지 유추를 해 볼 수 있는 많은 근거들이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발자취를 다라가면서 예수님과 제자들일 함께 했던 그 식탁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월절 식탁의 유일한 주인공은 바로 하나님입니다. 이집트에서 노예 살이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하나님께서 구원해 주신 그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는 식탁에서는 하나님을 노래하는 시편의 찬양을 함께 부르며 포도주 잔을 돌립니다.
이 때에 부르는 시편들을 "할렐" הלל 이라고 부르는데, 문자 그대로 "찬양시편"입니다. 특별히 그 많은 찬양시편들 가운데에서 이 날에 부르는 찬양은 시편 114-118편입니다.
"여호와여 영광을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우리에게 돌리지 마옵소서. 오직 주는 인자하시고 진실하시므로, 주의 이름에만 영광을 돌리소소서." (시 115:1)
예수님과 그 자리에 앉은 모든 제자들은 이 시편을 읊조렸습니다. 예수님의 식탁 뿐 아니라, 이스라엘 모든 땅에서 아마 그 비슷한 시간에 모든 사람들이 이 노래를 불렀을 겁니다. 그러나, 어디 세상 살이가 노래만 같았을까요? "이 모든 것들의 영광이 하나님에게 있습니다." 라고 노래부르는 사람들이 마음 한 켠에는 "그래도 내가 아니면, 누가 이만한 일을 감당했겠어."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숨어있습니다.
매달릴 때에는 "하나님 나 좀 살려주세요!" 라고 사정하지만, 막상 이루어지고 나면, 다 내 노력과 능력 덕분이라는 생각은 지금이나 그 때에나 여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와중에도 명절에 만난 친척들과의 오랜 만의 대화에서 남편자랑, 아내자랑, 자식자랑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즐거워야할 명절이 냉랭해 지기 시작합니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건, 그렇지 않으 사람이건 간에 자랑에서 지기 싫어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 입니다.
예수님이 벌떡 일어나셨습니다. 그리고는 대야에 물을 받으셨습니다. 시편 115:1을 노래하지만, 모든 영광이 자기에게 있고, 자기 이름이 높아지고 영광의 자리에 높여지기 원하는 이들을 헤집고 나오셔서는 제자들의 발을 닦으셨습니다. 입으로는 노래하지만, 삶으로는 그 노래와는 전혀 다른 모양으로 살고 있는 이들의 식탁에서 예수님이 그 찬양대로 살아가는 "하나님의 아들"의 삶을 보이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요 13:1). 이 사랑에는 가룟 유다도 예외가 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자기를 팔아 넘길 제자까지도 사랑하셔서 그의 발을 닦아주시던 예수님!
긴 숨한번 들이마십니다. 도무지 예수님을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주와 선생이 되어 너희 발을 씻었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어 주는 것이 옳으니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너희가 이것을 알고 행하면 복이 있으리라." (요 13:14-15, 17)
죽음을 앞둔 마지막 식탁 앞에서 예수님께서 마치 유언처럼 남기신 그 한마디는 입으로만 노래하지 말고, 그렇게 살아가는 이에게 복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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