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올, 땅 아래의 세상 

스올이라는 말의 원래의 어근은 "구덩이" 또는 "깊은 수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스올은 "죽은 사람들이 가는 장소"입니다.
"아니다. 내가 울면서, 나의 아들이 있는 스올로 내려가겠다. " 아버지 (야곱) 는 잃은 자식 (요셉) 을 생각하면서 울었다. (창 37:25)

근본적으로 스올은 "땅 아래의 세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 7:11; 57:9; 겔 31:14; 시 86:13). 특별히 욥기 11:8에서는 "하늘보다 높은 곳"에 대한 반대의 뜻으로 "땅보다 아래인 곳"을 스올이라고 부릅니다. 고라와 다단과 아비람의 반역의 이야기가 있는 민수기 16장에서는 이들이 모세와 아론의 권위에 도전하다가 산채로 스올로 내려가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땅이 확꺼져서 아래로 내려간 것이지요. 에녹서 17장에서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가를 추론할 수 있는 구절 나옵니다.
"...나를 폭풍이 (휘몰아치는) 장소와 꼭대기가 하늘에 이르는 산에 데리고 갔다. 나는 휘황하게 내려 쪼이는 장소의 끝에서 천둥이 일어나는 광경을 보았다. 그 밑에는 불의 활과 화살 그리고 그 전통과 불의 칼과 여러 가지 번개가 (있었다). 또 생명의 물이 있는 곳과 일몰하는 태양을 맞이하는 서쪽의 불이 있는 곳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또 그 불이 물처럼 흐르고 서쪽의 큰 바다에 흘러 들어가는 불의 강에도 갔다. 또 나는 큰 강을 모두 구경하고 큰 암흑에 이르러 육적인 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듯한 곳에 갔다. 그리고 또 겨울의 먹구름에 덮여 있는 산과 모든 심연의 물이 흘러 들어가는 곳을 보았다. 그리고 지상의 모든 강의 하구(河口)와 심연의 입구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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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올,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있는 곳 
비록 그들이 땅 속 (스올) 으로 뚫고 들어가더라도, 거기에서 내가 그들을 붙잡아 올리고, 비록 그들이 하늘로 올라가더라도, 거기에서 내가 그들을 끌어내리겠다. (암 9:2)

아모스서에서는 이 스올이 하나님의 권위 아래에 있다고 말합니다. 스올 조차도 하나님의 창조된 세계의 일부라는 생각입니다. 아래의 그림과 같이 예전에 사람들은 세상이 구와 같은 형태였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올은 그 창조된 세상에서 깊은 아래의 부분에 해당합니다.

스올은 우리가 생각하는 천국과 지옥과 같은 이분법적인 저 세상과는 다른 곳입니다. 신약의 사고관에서는 천국은 하늘에, 그리고 지옥은 땅의 깊 숙한 곳에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만, 구약에서의 스올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악한 사람이든 착한 사람이든 사람이 죽게 되면 모두가 스올로 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스올에는 어떠한 노동, 지혜가 없는 그야 말로 우리가 알 수 없는 곳입니다 (전 9:10). 아마 이 모든 사람들이 죽은 이후에 한가지로 다 스올로 내려가기 때문에 전도서의 저자는 그래서 헛되다고 이야기했던 것같습니다.

 

3. 스올에서의 귀환 

구약성서에서는 "부활"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부활이라는 개념은 제2차 성전시대에 생겨났다고 봅니다. 처음으로 부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곳은 마카베오서인데요. 하지만, 스올로 내려가는 것을 "죽음"이라고 생각했을 때에 "부활"을 은연 중에 암시하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주님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로 내려가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다시 돌아오게도 하신다. (삼상 2:6)

한나의 기도 중에 나오는 내용인데, 스올의 주권이 하나님에게 있으므로, 하나님께서는 그 스올에 있는 자 마저도 다시 땅으로 올아오게 하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궁금한 것은 사무엘 28장에서 신접한 여인이 사무엘을 불러 올리는 내용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이해하기가 가장 어려운 본문 중의 하나입니다. 성서를 글자 그대로 이해하건데 분명히 신접한 여인이 사무엘을 (스올로부터) 불러올리기 때문입니다. "불러 올리다"라는 말은 이미 사무엘이 "아래에 있다" "스올에 있다"는 것을 전제라하는 표현방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것에 대한 몇가지 설명을 소개하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어차피 정답은 저도 모르니 이 글을 읽고 가장 명답을 선택하면 될 테니 말이지요.

Pseudo-필로 (Pseudo-Philo: 알렉산드리아의 위대한 랍비인 필로의 이름을 빌려서 기록하기는 했지만, 필로 자신이 기록한 것은 아닌 책의 저자) 는 비록 신접한 여인이 매개가 되기는 했지만, 하나님이 사무엘을 스올에서 불러 올리셨고, 영매인 신접한 여인은 사무엘의 영을 보고서는 자기가 한 것이 아니므로 깜짝 놀랐다 (삼상 28:12) 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스올에서 불러 올리셔서 사울에게 사울이 맞이할 미래에 대해서 예언하게 하셨다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필로의 생각은 순교자 저스틴 Justin Martyr, 오리겐 Origen 과 같은 초대 교회의 교부들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제롬 Jerome 은 이것이 사탄의 장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접한 여인을 통해서 악령이 사울을 속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탄이 이 신탁을 통해서 사울의 전쟁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고 패배와 죽음으로 내 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견해 입니다.

현대의 주석가들은 이 두가지의 의견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 두가지 의견 모두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영매인 신접한 여인은 애초부터 사무엘을 불러 오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성경에 이 부분 이외에는 스올에서 신접한 사람들에 의해서 죽은 이가 올라온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신접한 이들에 의해서 영이 다시 땅으로 올라오는 것이 고대의 일반적인 신앙의 행태였다면, 성경에서는 분명히 다른 곳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와 있을 것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두번째로는 정말 사무엘이 스올에서 불려 올려졌다면, 왜 사울이 사무엘을 보지 못했겠나는 겁니다. 13절의 내용을 보면, 사무엘을 엔돌의 신접한 여인만 보고 있고, 사울은 그 사무엘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우리나라의 무당들이 신접해서 무당의 입을 통해서 죽은 이들의 말을 하듯이 신접한 여인만이 사무엘이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15절부터의 내용은 신접한 엔돌의 여인이 마치 사무엘인 양 사울에게 말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4. 죽은 영혼들이 이 세상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구약성서에 의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스올로 내려간 영혼은 하나님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다시 이 땅으로 올 수 없습니다. 그것이 육신이든 영혼이든 말입니다. 억울한 귀신이 구천을 떠돈다는 것은 성서적인 생각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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