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에서 1938년 사이에 라기스로 들어가는 성문 입구의 망대에서 깨진 토기에 쓰여진 편지 글들이 대량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이 편지들은 느부갓네살이 유다와 예루살렘을 공격하던 시기 (605-587BCE)에 긴급하게 주고 받던 편지들이었어요 (렘 34:6-7). 토기 위에 쓴 스물 한개의 편지들이 발굴되었는데요. 각각의 편지들은 당시 전쟁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서 참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라기스 4번 토기 조각 (Ostracon 4)에는 함께 연합 전선을 펼치면서 싸우고 있는 다른 요새와 마을에 사람들을 보내었으나, 그곳에 아무도 없었다며 다급히 전장의 상황을 편지에 남기고 있어요. 아마도 전쟁 중에 전장에서 이탈하여 도망을 갔거나, 이미 그 요새가 느부갓네살의 군대에 점령을 당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또 같은 토기 조각의 편지글에는 적군의 상황을 재빨리 전달하는 봉화에 대한 내용이 나옵니다. 라기스와 대략 17km 떨어진 곳에는 아세가 (렘 34:7) 라는 요새가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이 싸웠던 전장터 부근인데요. 북쪽으로부터 내려오는 적들의 상황을 아세가에서 라기스로 봉화로 전달해 주어야하는데, 라기스에서 아세가의 봉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글을 쓴 지휘관이 편지를 쓰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을 모습이 눈에 마치 영화처럼 그려집니다.

이 전쟁의 당시에 예루살렘에서는 예언자 예레미야가 활동하였습니다. 당시의 전쟁 이야기를 전하는 예레미야의 글들과 함께 이 편지들을 읽으면,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하던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느껴 보실 수 있어요. 학자들은 라기스에서 발굴된 이 편지들이 유다가 멸망하기 바로 전 즈음에 주고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때에는 단지 느부갓네살의 군대와의 물리적인 충돌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쟁이라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유다 안에도 있었기 때문에, 유다의 내부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성경을 통해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예언자와 예언자들이 서로 의견을 달리해서 서로 다투었고 (렘 27-28), 왕과 예언자가 서로 다투었습니다 (렘 36). 그 중에 한 이야기를 해드릴까해요.

예레미야의 시대에 예레미야와 같이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는 참 예언자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우리야입니다 (렘 26:20-23). 우리야도 예레미야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가감없이, 그리고 정치적인 판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본 유다를 냉철하게 비판했던 모양이예요. 여호야김 왕 (609-598년)은 자기의 정치적인 판단과 달리, 반대의 이야기를 하는 하나님의 예언자 우리야를 곱게 보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여호야김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변하는 우리야를 예언자로 존중하지 않고, 정치적인 적이라고 간주하고, 우리야를 죽이려 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는 우리야가 이집트로 도망갔습니다. 우리야가 얼마나 유다 사회에서 영향력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데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던 예언자였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여호야김은 도망간 우리야를 꼭 잡아 죽여야겠다는 생각으로 사람들을 이집트로 보내서 우리야를 잡아오게 하는데요. 여호야김이 보낸 사람의 우두머리가 악볼의 아들 엘라단이었습니다. 기어코 쫓아가서는 우리야를 잡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여호야김 앞에 데려가서는 칼로 죽였어요. 이 끔찍한 사건을 유추할만한 성경 밖의 이야기가 라기스의 편지글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세번째 편지 (Ostracon III)인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악볼의 아들 엘라단(엘나탄)이 여호야김의 명령을 듣고 이집트로 내려갑니다. 그와 함께 몇몇의 사람들이 함께 우리야를 체포하기 위해서 내려가는데, 아마 그 안에 엘나탄의 아들 고니아도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 라기스에서 발견된 이 편지가 그 당시를 반영한 것이라면, 이 편지 이전에 아마도 여호야김이 그의 군대 지휘관을 통해서 (아마도 요아스?) 라기스의 호샤야후에게 엘나탄과 그의 아들 고니아, 그리고 몇몇의 군인들이 우리야를 잡기 위해서 이집트로 내려가니, 그 가는 길 중간에 있는 라기스에서 그들을 잘 대접하라는 편지를 보냈을 것입니다. 그 편지를 받은 호샤야후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편지를 보낸 지휘관이 기대하는 만큼의 역할을 해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지휘관 야우쉬가 그것에 대해서 질책하는 편지를 보냈겠지요 (“너는 글자도 모르니?” Line 8-9). 그 편지에 대한 답신이 바로 이 토기 조각에 기록된 편지일지도 모릅니다. 편지의 말미에는 토비야후가 전한 예언자의 말, “조심하라.”는 메세지를 첨언한 것으로보아서, 일종의 정보활동에 대한 보고서의 역할도 함께 하지 않았나 싶어요.

읽기에 따라서는 라기스에 있는 지휘관이 야우쉬이고, 다른 지역의 하급 지휘관인 호샤야후가 보낸 편지로 이 글을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학자들 사이에는 이 편지의 수신자와 발신자의 이름만 있을 뿐, 정확하게 이 편지의 문맥만을 가지고 확정을 내릴 수 없기에, 단정지어서 이 토기에 쓰여진 편지가 바로 예레미야 26장의 그 사건을 두고 오간 편지라고 확정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예레미야서의 사건과 이 편지의 연관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 편지글을 읽으며, 왕의 말과 예언자의 말 사이에서 고민하던 전쟁 지휘관들의 모습이 얼핏 보이는 듯하여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한번 더 생각하니,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에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됩니다.
❖ 토기를 그리고 그 해석을 참고한 책들과 이 글을 쓰는데 바탕이 된 박사 학위 논문 A.Zammit, “The Lachish Letters: A Reappraisal of the Ostraca Discovered in 1935 and 1938 at Tell-Duweir”, unpublished D.Phil dissertation, University of Oxford,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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