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화폐(1)-렙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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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4
구약 시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일정한 가치의 기준이 되는 오늘날의 화폐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상거래나 어떤 상황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질 때에는 주로, 금, 은, 청동, 철과 같은 금속들이나 양, 염소, 새, 곡물, 기름가 포도주 같은 가축이나 농산물이 화폐의 기능을 대신했습니다.
구약 성경에 보면 “세겔”이라는 단위가 나오는데, 사실 이것은 세겔이라는 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게의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서 창세기 23장에는 사라가 죽자, 아브라함이 사라를 매장할 땅을 헷 사람 에브론에게 구입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때 에브론에게 “상인이 통용하는 은 사백 세겔을 달아”(창 23:16) 주었다고 하는데, 이 표현은 사백 세겔 무게의 은을 지불했다는 말입니다. 은의 모양은 덩어리 일수도 있겠고, 아니면 장신구일 수도 있겠습니다.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발굴물 중에는 은을 철사와 같이 길게 뽑아 놓고 마치 실타래 처럼 뭉쳐 놓은 것들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런 형태로 은을 달아 주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 교환 가치에 따라서 그것이 은 일수도 있고, 금일 수도, 청동이나, 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세겔이라는 무게 단위를 세겔이라는 화폐로 생각하시면 성경을 읽다가 혼동이 올 수도 있습니다. 사족을 붙이자면,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지불한 은의 무게가 얼마인지 알 수있는 단서가 위의 성경 구절에 있는데요.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에 상인들은 바벨론(고대 바벨론 제국 1894–1595 BCE)의 무게 단위를 국제 통용 무게 단위로 사용했습니다. 바벨론 세겔은 그 무게가 약 8.3-8.5g이니까, 400세겔은 은 3.4kg을 준 셈이 됩니다.
성경에서 나오는 세겔의 단위는 항상 일정했는가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시대에 따라서, 또는 같은 시대라도 지역에 따라서 세겔의 무게가 제 각각이었습니다. 아래의 예는 매우 간단히 몇가지를 소개하는 시대와 지역별 세겔의 표준 무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아브라함이 에브론에게 건넌 세겔은 그 무게 단위가 수메르-바벨론 세겔이고요. 출애굽 때, 하나님께서 성전세를 내게 하시는데, 그 때의 세겔은 아마도 이집트 세겔을 사용했을 겁니다.
수메르-바벨론 세겔 (아브라함 가족들의 시대) 8.3-8.5g
이집트 세겔 (출애굽 시대) 11-13g
앗수르 세겔 (히스기야 시대) 10g
바벨론 세겔 (포로기 시대) 8.3-8.4g
요세푸스 (예수님 시대) 13.6g
이렇게 세겔 무게 단위의 금이나, 은, 청동이나 철들을 교환하다보면 반드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바로 저울을 가지고 다녀야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무게를 가늠하는 저울의 추도 가지고 다녀야합니다.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 불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동전입니다.
오늘날의 동전의 기원은 기원전 6세기,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스에서 국가 또는 지역 통치자들이 요즈음 식으로 말하자면 조폐공사를 만들었습니다. 지역마다 세겔의 무게가 다르고, 저울 추를 믿을 수 없어서 고안해낸 제도입니다. 조폐공사에서 균일하게 무게를 맞춘 금과 은들을 휴대하기 쉽게 둥글 납작한 형태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게가 일정한 공인된 화폐라는 것을 보증하기 위해서 그 위에 문양을 새겨 놓았습니다. 오늘날의 동전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런 그리스식 동전이 지중해 주변에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그 신뢰성과 편이성 때문에 지중해 주변의 나라들로부터 시작해서 나라마다 동전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동식물이나, 글자, 또는 통치자의 형상들을 문양으로 새겨 넣었습니다.
신약 성경은 당시의 동전들의 이름을 많이 소개합니다. 드라크마, 데나리온, 아사리온, 고드란트, 렙돈과 같은 동전의 이름들이 신약성경에 등장하는데,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동전의 단위는 “렙돈”(λεπτὸν)이라는 단위입니다.
아마도 성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헌금함을 지나가는 부자들이 헌금을 하는 모습을 보시던 예수님께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을 헌금하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시고는 그 누구보다 그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칭찬하셨습니다. 오히려 그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헌금을 하였다는 칭찬과 함께 말이지요. 그럼, 두 렙돈을 지금 대한민국의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얼마의 가치일까요? 한 데나리온이 노동자의 하루 품삯입니다 (마 20:10). 돈의 단위 상으로 1 데나리온은 64 고드란트입니다. 그런데, 렙돈은 그 고드란트의 절반(2 렙돈=1고드란트)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략 하루의 노동시간이 8시간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하루 노동으로 1데나리온(64 고드란트)을 받는다면, 한 시간에 8 고드란트를 받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한 시간 최저 시급이 2019년을 기준으로 8,350원이니, 1 고드란트(=2 렙돈)는 약 1,000원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데나리온 = 64 고드란트 = 128 렙돈
1 렙돈 ≈ 500 원
금이나 은이 아니라 청동으로 만든 동전 렙돈을 사람들은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가치로만 이해했겠지만, 예수님께서는 드리는 여인의 믿음의 무게로 그 두 렙돈을 평가하셨습니다. 주님으로부터 칭찬받을 믿음의 무게를 늘려나가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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