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돌로로사 Via Dolorosa 의 껍데기 순례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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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2
비아 돌로로사 (Via Dolorosa)는 슬픔의 길, 고통의 길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을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들이 꿈꾸는 비아 돌로로사는 엄숙하고 침통한 한적한 옛 성 예루살렘이다. 예수님의 손길과 숨결이 닿아 있는 곳곳마다 서서 깊게 한숨 들이마시고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예수님의 십자가를 묵상하며 따라가는 길! 수도원의 영성과 같은 들숨과 날숨 사이의 파르르한 떨림을 느낄 수 있는 예수님의 길! 그런데, 막상 비아 돌로로사를 들어서면 그런 이상과 꿈은 온데 간데 없이 날아가 버린다.
오른쪽 왼쪽에 빽빽히 들어선 상점에서는 One Dollar를 외쳐대며 물건을 팔기에 안달이 난 아랍 상인들이 소리를 질러대고 있고, 예루살렘성을 여행 삼아 찾은 많은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혀 가며 걸어가야하고, 함께 온 사람들을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 곧장 앞 사람만 보며 걸어가야하는 비아 돌로로사를 걷고 있노라면, 수도원의 영성과 같은 말은 머릿 속을 떠오르지도 않는다. 게다가 예수님이 오르셨다는 골고다가 경사 30도정도에 산악인들이나 오를 법한 언덕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면 비아 돌로로사에서 은혜는 이미 물건너 간 셈이다. 그나마 마지막 골고다 언덕에서의 감동만이 조금 남아 있을 뿐.
수많은 순례객들은 이미 자신들이 머리 속에 그려놓은 십자가의 길과 실제의 비아 돌로로사가 같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기준이고 현실은 나를 따라와 주어야한다는 이기적인 생각과, 내가 생각한 하나님과 정말 내게 은혜와 복을 주시는 하나님이 똑같기를 바라는 어리석은 신앙의 모습이 비아 돌로로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예수님은 그날 아침 묵상하듯 십자가를 지신 것이 아니라, 시장 통 속에서 One Dollar를 외치던 상인들의 모욕과 조롱을 들으면서 그들에게 One Dollar짜리 싸구려 물건 취급당하셨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 길이 더욱 감동적이고, 이 길이 더 은혜가 되지 않은가 말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장 통 속에서 그렇지 않아도 피흘리고 지친 예수님의 절룩거리는 몸뚱아리를 툭툭 쳐대며 조롱하던 그 사람들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지는 못할 망정, "비아 돌로로사가 뭐 이래?"라고 투덜거리며 쫓아 오다가 "이게 정말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길이 맞아요?"라고 어디선가 들은 풍월로 이 길의 역사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만날라 치면 "네 놈이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에 모른 척했던 그 제자 놈들 중에 하나구나!"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더 웃긴 것은 비아 돌로로사의 엄숙한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차에 오르면, 아까 그 비아 돌로로사 주변에 있던 상점에서 쇼핑(!) 좀 하면 안되냐고 꼭 물어본다. 이 정도면 대략 주님도 난감하실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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