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와 임신부의 뱃속의 아이 모두와 서로 소통하며 한 생명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 내는 산파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창세기부터 나와있습니다. 창 35:17에서는 라헬이 베냐민을 낳을 때에 산파가 라헬의 출산을 도와주는 이야기가 나오고, 창 38장에서는 다말이 쌍동이 세라베레스를 출산 할 때에 산파가 도움을 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데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역시 이집트에서 노예로 살던 시대에 히브리인 산파로 많은 아이들을 구해낸 십브라부아라는 신앙심 좋은 히브리 산파들이 아닌가 합니다(출 1:15-22). 이미 오랜 산파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이스라엘에서는 아직도 산파들이 아기들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집에서 분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산파들이 있고, 또 대학병원에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이 아닌 간호사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중년의 산파들이 출산을 돕습니다. 저도 큰 딸이 태어날 때에 이스라엘의 산부인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요. 한 명의 산모에게 배당된 분만실은 약 30m2정도 되는 병실로 내부가 아늑하게 되어 있고, 조명도 적절하고 아이가 태어나면 그곳에서 모든 조치들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산파가 와서는 제가 아내를 어떻게 마사지 해주는 것이 좋은지, 그리고 아내에게는 어떤 자세로 있는 것이 좋은지 알려주고,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아내에게는 따뜻한 웃음으로 안내해주는 아주머니 산파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산부인과 의사는 제왕절개 수술이 아닌이상, 아이가 태어난 후에 아이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산모의 출산후 처치과정에서나 볼 수 있으니, 한국의 산부인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닌가해요. 제 아내가 출산하기까지 11시간을 함께 해준 산파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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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산파 이야기는 단지 성경에서 특출나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매우 보편적인 출산 도우미들입니다. 그럼 예수님께서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실 때에도 산파가 있었을까요? 알수는 없습니다. 성경에는 없는 이야기이니 말이지요. 그런데 기원후 약 145년에 기록된 Protoevangelium of James ('야고보의 원시복음'이라고 해석해야할까요?)에서는 예수님의 탄생 당시에 출산을 도왔던 산파가 예수님의 탄생 동굴에서 나와서 다른 산파 살로메에게 예수님의 탄생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출생을 도왔던 산파가 친구 산파인 살로메에게 처녀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살로메는 믿지 못합니다. 예수님을 받은 산파와 살로메가 예수님의 탄생 동굴에 다시 들어갑니다. 그리고 정말 마리아가 처녀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살로메는 손가락을 집어 넣어보고 마리아가 정말 처녀인 것을 확인하는 내용입니다. 예수님 탄생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기록된 글이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실 당시의 생생한 현장을 그대로 전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리고 Protoevangelium of James 와 같지는 않았을 지라도, 이스라엘 사람들의 전통에 근거해서 예수님 탄생 당시에 산파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이 그리 억지는 아닌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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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로부터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처음 접하여 들은 히브리식 이름 술람미(שולמית 또는 שלומית)의 아람어식 이름인 살로메(Σαλώμη)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주장은 있는데, 하나는 세베데의 아들들의 어머니라는 입장이고 (마 27:56과 막 16:40을 비교해서), 또 하나의 입장은 요 19:25에 근거해서 글로바(알패오)의 아내 마리아라는 입장입니다. 어느 것이 진짜 살로메인지에 대해서 제가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면, 제가 이곳 이스라엘에서 (구약)성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기 전에 신약 박사학위를 먼저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신학 박사학위도 없을 뿐더러, 살로메가 누군가에 대해서 정확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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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초대교회의 기록들을 보면, 예수님께 일곱명의 여성 제자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막달라 마리아,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 살로메라고 불리는 마리아, 나자로의 누이 마르다, 빌립의 누이 미리암매, 야고보의 계시록에 나오는 알시노(Arsinoe), 그리고 요안나(눅 24:10)입니다. 도마복음(약 기원후 2-3세기)에서도 예수님의 여자 제자 둘을 말하는데, 한 명은 막달라 마리아이고, 또 한 명은 살로메입니다. 도마복음서에서는 어떻게 예수님과 살로메가 만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살로메와 예수님과의 관계는 마치 수가성의 우물가에서 여인을 만나듯이 예수님께서 살로메의 식탁으로 찾아가서 불쑥 살로메의 자리를 차지하여 앉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기록된 마가의 비밀복음(Secret Gospel of Mark)에서도 살로메가 예수님의 제자라고 말합니다. 여러가지 근거들로 보아서 예수님의 여성 제자들이 누군지에 대해서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들이 넘쳐난다 할지라도, 살로메가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 중의 하나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듯합니다.

예수님의 탄생 때에 베들레헴에서 이미 살로메는 아기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 만남은 그저 자연의 법칙을 넘어선 놀라운 만남이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그 만남이 계기가 되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때 만났던 놀라운 만남 뒤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 자기 삶을 살아가다가 찾아오신 예수님을 만나고 제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여겨 볼 것은 어떤 모양으로 제자가 되었든 살로메는 제자가 되었고, 예수님의 탄생 뿐 아니라, 예수님의 십자가의 자리를 지킨 용감한 제자 (마 27:56; 막 15:40) 그리고 부활의 자리(막 16:1)까지 함께 참여한 영광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살로메는 성경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더불어 유일하게 예수님의 탄생에서부터 예수님의 공생애 사역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에 이르는 전과정(초대교회의 기록대로 제자였다면 예수님의 승천까지)을 함께한 제자였다는 말이 됩니다. 게다가 자기의 아들 야고보(초대교회의 전통)가 헤롯 왕의 손에 순교할 때에도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그 신앙을 지켜냈고, 후에 이탈리아의 베롤리 (Veroli) 지역으로가서 남은 여생을 그리스도의 복음만을 전하다가 주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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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내놓으라하는 대단한 제자들과 사도들이 많이 있지만, 살로메와 같이 한결같은 제자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기왕 신앙생활하는 것, 베드로나 바울처럼 잠시 곁길로 갔다 돌아오는 신앙인이 아니라, 살로메처럼 한결같은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요?

 

예수님과 일생을 함께 한 살로메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