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5일을 전 세계에서는 성탄절로 보냅니다. 요즈음 한국은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럴이 울려퍼지겠지요. 성탄절을 즈음해서 성탄절에 대한 몇가지 잡다한 지식을 목사님들께 드리려고 합니다. 성탄절을 예수님께서 이 땅에 빛으로 오신날로 이해하고 그 의미를 되새기며, 스스로의 삶을 다잡으려는 대부분의 많은 기독교인들은 즐겁고 기쁘게 지내는 날이 되겠지만, 꼭 교회에서 좀 안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잡다한 것들을 인터넷에서 뒤져보고 목사님들께 질문해서 난처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질문을 하는 평신도들을 위한 평신도 진압용(?) 잡다한 정보들입니다.

 

 

[1] 성탄절의 날짜는 언제인가?


 


현재 개신교인들과 서방기독교에서는 12월25일을 성탄절로 지내지요. 하지만, 성경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소식을 전하고 있기는 해도 날짜를 찍어서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성경을 통해서 알수 있는 시간적인 배경은 천사들이 밤에 목자들에게 나타나서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알려주었다는 것과 (눅 2:8), 동방으로부터 온 박사들이 별이 머문 곳에서 아기 예수님을 만났다 (마 2:9-10)는 것입니다. 밤에 예수님을 경배했다고 또 예수님이 밤이나 새벽에 태어나셨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도 없습니다.

성경 밖에서 성탄절의 흔적을 찾아보려고해도 기원후 1세기와 2세기의 초대교회에서는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일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당시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레나우스 (130-200 C.E)와 터툴리안 (160-220 C.E.), 알렉산드리아의 오리겐 (165-264)이 엄청난 저작활동을 했는데, 이러한 교부들의 글에 성탄절의 날짜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초대교회의 주된 관심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역", “예수님의 “수난", “예수님의 부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마가라든가 바울과 같은 신약성서 초기의 성서 기록자들이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입니다. 2세기의 외경들에서도 예수님의 어린 시절에 대해서는 말하고 있지만 (대표적으로 도마복음, 야고보의 복음), 예수님의 탄생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입니다.

예수님의 탄생일, 그러니까 성탄절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다룬 사람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입니다. 클레멘트는 여러 기독교인 그룹 사이에서 지켜지는 다양한 날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12월 25일은 없습니다!

 
“주님께서 태어나신 년도와 그 날짜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8월 28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5월 20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그리고 예수님의 수난에 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티베리우스 황제 즉위 16년 5월 21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과 4월 21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4월 15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하자면, 주님의 탄생 일을 4월 20일 내지는 4월 21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Clement, Stromateis 1.21.145.

 

2세기 말에 와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로소 예수님의 탄생일에 대한 솬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4세기에 두개의 날짜가 예수님의 탄생일로 널리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마 제국에서는 12월25일을 성탄절로 받아들였고, 이집트를 포함한 동로마 제국에서는 1월 6일을 성탄절로 받아들였습니다. 12월25일을 성탄절로 지켰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4세기 중엽에 쓰여진 로마연감입니다. 이 연감에서는 12월 25일을 natus Christus in Betleem Judeae (그리스도가 유대땅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셨다.”고 표기하였습니다. 약 400C.E.경에 히포의 어거스틴이 도나투스와의 논쟁에서 도나투스주의자들이 12월 25일을 예수님의 탄생일이라고 주장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아프리카 전통에서도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킨 것이지요.

어찌되었든 예수님이 태어나신지 300년이나 후에서야 비로소 사람들이 예수님의 태어난 날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 시기를 대부분 겨울철 (12월 12일 또는 1월 6일)로 잡고 있는데요,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잡은 것에 대한 요즈음 학자들은 로마의 이방신들의 축제일을 차용해서 성탄절의 날짜를 정했다는 것입니다: [1] 토성의 신을 기념하기 위한 saturnalia (12월 7일-23일). [2] 정복당하지 않는 위대한 태양신은  Sol Invictus (12월 25일). Saturnalia는 로마 뿐 아니라, 북유럽과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지키는 축제일이고, 이 시기가 성탄절과 가까우며, 동방의 박사들을 인도한 별이 토성이었을 것이라는 주장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고, Sol Invictus는 274C.E.에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가 축제일로 공포하였는데, 그 날짜가 정확하게 12월 25일이라는 데에서 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개 교회의 교부 암브로스(339-397C.E.)는 그리스도가 진정한 태양이라는 주장하기도 했지요. 그래서 많은 학자들은 기독교가 로마로부터 국교로 공인된 후, 로마의 절기들을 기독교의 절기로 바꾸어서 지켰다는 학설을 지지합니다. 그리고 어디서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 역시 다 이런 말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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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들으시면 목사님들게서 다들 껄끄러워하시지요.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왜냐하면, 초대교회에서는 이방적인 신앙과 생활과 풍습에 대해서 철저하게 배척했고, 그 신앙의 전통을 지켜나아가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순교하였는데, 갑자기 기독교가 이방종교의 축제일을 다른 날도 아닌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크리스마스로 둔갑시켰다니요! 사실 기독교가 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중세 유럽에서는 이런 경우들이 흔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셔야할 것은 위의 도나투스와 어거스틴의 논쟁가운데에서도 나온 것같이 북아프리카의 기독교인들은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되기 이전부터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켰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이 박해를 받고, 기독교 신앙의 순수함을 주장하던 초대교회에서 로마의 축제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이듭니다.

그래서 학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문제를 연구하던 중, 중요한 단서하나를 찾아 냈습니다. 200C.E.경에 쓰여진 터툴리안의 Adversus Iudaeos에 보면,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니산월 14일이 태양력으로 따지면, 3월 25일이라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날과 십자가에 죽으신 날짜가 서로 같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천사로부터 예수그리스도의 수태의 사실을 3월 25일에 알게 되고, 그 하늘의 천사의 보좌로 십자가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믿음이지요. 이 믿음에 근거해서 3월25일에 예수님께서 수태되었다면, 9달이 지나서 출산을 하게 되는 날은 12월 25일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북아프리카 기독교의 전통이 되어서 북아프리카에 쓰여진 기독교 공동체 문서 On Solstices and Eauinoxes에서도 이 신앙을 함께 고백합니다. 어거스틴 역시 On the Trinity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3월 25일에 잉태되셨다. 그리고 같은 날에 고난을 당하셨다. 그러므로 처녀의 자궁은 그(예수)를 품었고 그 이외의 어떤 아이도 그 자궁에 품으신 적이 없으며, 그 자궁은 예수님께서 묻힐 무덤이 되었다. 세상의 어떤 사람도 그와 같이 태어난 자궁에 묻힌 이는 없었다. 전통에 따르며 예수님은 12월 25일에 태어나셨다."

 

그렇다면, 왜 동방교회에서는 1월 6일을 예수님의 탄생일로 기념할까요? 그것은 히브리 달력 니산월 14일을 그리스달력을 따라서 계산하였기 때문에 그 날짜가 3월 25일이 아닌, 4월 6일이 되어서 그렇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탄생과 수난을 서로 연결하는 관점은 오늘날의 비유대인들에게는 매우 낯선 방법인데요. 하지만 유대적인 문화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세상의 창조된 날, 세상이 구원될 날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Rosh Hashanah 10b-11a).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원래 초대교회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날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면서 그 날짜를 추정하는데 있어서 기준이 되었던 것은 예수님의 수난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난일(구원의 날)이 예수님의 잉태일이라는 믿음이 있었지요. 그 믿음을 따라 12월 25일(또는 동방교회에서는 1월 6일/7일)을 예수님의 탄생일인 성탄절로 지키는 것입니다. 요기까지 말씀하시면, 성탄절의 날짜에 대해서 좀 아는 척하는 교인들은 완전진압입니다.

 

왜 12월 25일인가?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