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감리교신학대학교 구약학 교수이신 왕대일 교수님의 회갑기념 논문집에 기고한 글입니다. 평신도와 목회자들이 읽을 책의 수준을 감안하여서 쉽게 개론적으로 쓰라고 하셨는데,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너무나 쉽게 쓰면 함께 글을 기고할 교수님들의 글에 비해서 덜 학문적으로 보일까봐 눈치가 보이고, 너무 어렵게 쓰면 자기 자랑한다고 할까봐 눈치가 보이고, 다른 교수님들이 읽었을 때에 나를 무시할까봐 눈치가 보이고, 그야말로 목회자와 평신도가 읽었을 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핀잔을 줄까봐 눈치가 보이고.... 사실 글을 쓰면서도 이런 눈치들을 보고 썼음을 인정합니다.

게다가 이 글은 지금까지 올렸던, 창세기, 출애굽기와는 문체도 다르고 내용도 좀 학문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올려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사경회에서 민수기를 강의하시는 목사님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면서 쓰기는 했습니다만, 읽어보시고 냉정한 평가를 함께 부탁드립니다. 비록 왕대일 교수님의 회갑기념 논문집에는 그냥 이대로 출판되겠지만, 저는 계속 고쳐나가고 싶습니다.

 

민수기의 영성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이 있다. 뜨거운 신앙 경험 이후에 앞으로 펼쳐질 삶에 대한 희망찬 기대도 잠시 뿐, 반복되는 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죄를 짓고 살아가는 기독교인들, 그리고 꼭 '죄'라는 틀 안에서 정의할 수 없지만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추락을 경험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나의 의지와 기대와는 관계없이 실망과 실패, 그리고 좌절이 반복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에게 광야(민수기)가 주는 대답은 ab initio "from the beginning"이다. 이것은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서 그들을 준비시킨 하나님의 원리이다. 시내산에서 받은 율법과 하나님의 계명이 무너졌을 때에 하나님은 대충 사람들을 꾸려 나가시며 억지로 그들을 가나안 땅으로 끌고 가지 않으셨다. 하나님은 새로운 세대에게 마치 출애굽 일세대에게 하셨던 것처럼 율법과 계명을 주셨다. 하나님이 다시 준 율법과 계명은 이전 세대와 다른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다시 기억하게 하시고 다시 생각나게 하시는 것은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삶의 기본 원리이면서, 동시에 매번 강조하지 않으면 금새 잊고 저버리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수기 뿐 아니라, 예언자들의 책들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지적하는 이스라엘의 문제는 하나님의 계명과 율법의 준수, 그것도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율법에 근거한 삶의 모습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민수기는 쓰러진 오늘의 교인들과 쓰러질 내일의 교인들에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하나님의 백성된 삶의 원리인 하나님의 율법과 계명을 기억하라고 소리친다. -본문의 마지막 부분 

 

2016년 4월8일 첨가

  • 본문의 내용에서 광야에 진을 친 각 지파의 위치를 수정하였습니다. 이 그림은 단지 열두 지파와 레위인들의 위치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므로, 본문의 내용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정진기님의 질문을 통해서 제가 쓴 글을 다시한번 읽고, 제가 그린 그림을 다시한번 검토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이 수정은 정진기님의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 광야에 진을 친 지파의 위치에 대해서 성경에서는 동서남북만 나와 있을 뿐, 동서남북의 진영에 군기를 든 지파들(유다/르우벤/에브라임/단)이  가운데 위치했는지, 오른쪽인지 아니면 왼쪽인지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마 책마다 저자가 생각한 방식대로 그림을 그려 놓았습니다. 제가 배치한 지파의 배치도 역시 제가 나름대로 구성한 것입니다. 

  • 구성의 원리는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지파들이 배치할 때에 군기를 든 지파들은 진영의 한 가운데에 자리잡게 했습니다. 그리고 광야에서 지파들이 행진을 하는 순서를 기준으로 지파들이 이동을 할 때에 서로 진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진을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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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약에 반드시 진영의 기를 든 지파가 가운데 위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아래와 같은 배치도 가능합니다. 오히려 지파들이 행진을 위해서 진행을 하는데 더욱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camps2


 

 

민수기-광야가 알려준 대답 ab initio "from the beginning"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