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이라고 하면, 무언가 목가적인 낭만이 있는 아름다운 이릅입니다. 푸른 풀밭에서 양떼들을 풀어놓고서는 풀피리를 불며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달게 자고, 밤의 별을 보면서 별 하나 하나에 이름을 붙여주며 재미있는 별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그런 이미지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목자의 모습이지요. 기독교인들에게는 목동은 목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연관되어 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이들 역시 “목자”라고 하면 제일 먼저 예수님께서 어깨에 어린 양을 들쳐 메고서는 긴 지팡이를 짚고 양떼들 사이를 걸어가시는 성화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을거예요. 그런데, 예수님 시대의 양치기는 그리 좋은 이미지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단 미쉬나(Mish. Kidd. iv.14)에서는 목자들을 부정한 직업 중의 하나로 분류해 놓았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목자들은 안식일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야 안식일을 지킨다고 하지만, 양과 염소들이 안식일이라고 우리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고, 안식일에 위험을 당한 양과 염소를 목동들이 구해내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지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목자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 가운데 정직하지 못한 이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shepherd_field1

예수님 시대에 양과 염소를 치는 목자들의 많은 수는 고용된 사람들이었습니다. 많은 양과 염소를 소유하고 있는 부호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양과 염소들을 가족들만으로는 돌볼 수 없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목자들을 고용해서 그들에게 양과 염소들을 몇백 마리씩 맡기게 되지요. 그런데, 그냥 구두로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광야는 그저 평화로운 초원이 아닙니다. 양과 염소를 노리는 늑대, 여우, 하이에나들이 득실 거리는 생존의 전장입니다. 그러다보니 양과 염소를 지키는 과정에서 목동들은 자기의 생명을 걸어야하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동물보다는 역시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겠지요. 그래서 계약을 할 때에는 목자의 의무로 양과 염소를 최선을 다해 지킬 것을 요구하지만, 목자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에 포기할 수 있는 양과 염소의 수를 정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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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무런 문제없이 돌아오는 길이지요. 목동의 머리 속에는 그 계약의 내용이 어른거릴 겁니다. 내가 끌고 나간 양과 염소에 그 수가 한 둘 빠진들 계약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말이지요. 그러면서 한 두마리 챙기기 시작하는 거지요. 이런 목자들이 가장 유혹 받는 기간은 1월경입니다. 광야의 푸른 초장이 신선한 풀들로 한창일 때가 양과 염소가 출산을 하는 시기이거든요. 대단히 많은 양과 염소를 소유하고 있어서 목자를 고용하여 목축을 해야할 정도로 많은 양과 염소를 가진 이들은 자기 소유의 가축 가운데에서 몇마리가 암컷인지, 그리고 먼 곳으로 풀을 뜯으러 나간 암컷 양과 염소 가운데에서 몇마리가 수태를 했는지, 대략 몇마리가 수태했다고 치면, 그 중에 몇 마리가 순산을 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저 머리 속으로 대략 몇 마리의 새끼 양과 염소가 태어나겠지 생각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인들의 마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목자들입니다. 목자 생활을 한 두해 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결국 태어나는 새끼 양과 염소 중에 몇 마리는 내다 팔아서 자기의 호주머니를 채울 수도 있고, 몇 마리는 잡아 먹을 수도 있고, 몇 마리는 자기 집에 가져다 놓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계약의 허점과 자기가 가진 위치를 교묘하게 이용할 수 만 있다면, 일년 몇 십마리 양과 염소를 뒤로 챙기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양과 염소를 은근슬쩍 챙기지 못한다면, 아마 목자들 사이에서 고지식한 사람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었을 거예요. 이렇게 고용된 목자(삯군 목자)들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 이야기(요 10:7-18)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일들이 예수님의 비유에 인용되리 만치 당시에는 비일비재 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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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유대 땅에서의 첫 소식은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사실 누가복음에서는 이 목자들이 고용된 목자들인지, 아니면 그 양들의 주인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도 목자들에게 제일 먼저 예수님의 탄생의 소식이 전해진 것은 예수님께서는 삯꾼이 아닌 참 목자로 이 땅에 오셔서 자기의 양과 염소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분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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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가 목자들입니다. 우리에게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저마다의 양과 염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참 목자로 오신 것처럼 우리가 그들에게 어떤 목자로 서게될지는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때로는 내게 맡겨진 짐이 무겁다고, 또는 다른 생각으로 삯꾼처럼 그 양과 염소들을 내팽겨칠 수도, 잡아 먹을 수도, 팔아서 내 이익을 챙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참 목자로 오신 예수님을 기억한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도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대로 참 목자가 되어서 그 작은 하나를 위해서 목숨을 버릴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 성탄절이 주님 앞에 나를 참 목자로 드리는 귀한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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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자들의 들판(베들레헴) 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