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롯이 건설한 인류 최초의 인공항구인 가이사랴는 로마가 직접 파견한 유대아 (Iudaea) 의 총독들이 머무는 국제 행정의 중심지였습니다. 그래서 신약 성서에 등장하는 본디오 빌라도(Pontius Pilatus), 벨릭스 (Felix, 행 23:12-35), 베스도 (Festus, 행 25:1-26:32) 총독들 모두가 이 곳에서 근무했지요. 뿐만 아니라, 이 도시는 유대아 지역에서 지중해의 로마의 각지로 가는 관문 도시의 역할도 했습니다. 사도행전의 고넬료 (Cornelius) 는 바로 이 도시의 백부장이었습니다.

 

기원전 5세기 부터 영향력을 끼치는 코넬리 (Cornelii) 가문 -이름의 중간에 들어가면, 코넬리우스 Cornelius 로 그 형태가 바뀌고, 우리 말 성경에는 “고넬료”라고 번역되었다.- 은 로마 시대의 공화정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집안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수많은 집정관들을 배출해 내던 명문 가였거든요. 로마 공화정 당시에 전체 집정관 수의 30%가 코넬리 집안이었으니, 그야 말로 세도가라 할 수 있겠지요. 코넬리라는 영광스러운 가문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못했으니, 아마도 사도행전에 나오는 백부장 고넬료는 그 세도가의 일원이었을 겁니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문의 고넬료는 순혈의 로마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스어로 “포부메노스 톤 떼온” φοβούμενος τὸν Θεὸν 은 “유대교의 하나님을 믿으면서도 아직 공식적인 개종 절차를 밟지 않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아직 유대교로 개종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근무했던 가이사랴에 사는 유대인들과 구약 성서를 통해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던 모양입니다. 하나님을 알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경건한 기도 생활까지 해 나아갔습니다. 아시겠지만, 신앙을 가진지 오래되었더라도 기도하기에 힘쓰는 생활을 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결단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뒤늦게 하나님을 알게 된 고넬료는 대부분의 로마 사람들이 그러하듯, 철학 사조로서 “신”으로 하나님을 대하지 않고, 항상 기도하며 삶으로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그러기에 어찌보면, 지배자의 입장에서 혹독하게 다루거나, 또는 그렇지 않더라도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을 수도 있었던 피지배자의 위치에 있는 유대인 가운데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해요.



그런, 고넬료의 모습을 주님께서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는 환상 중에서 그를 부르셨습니다. 그 음성대로 욥바에 있었던 베드로를 초청하고 그가 오는 즈음이 되었습니다. 고넬료는 자기와 자기 가족 뿐 아니라, 그의 친척과 가까운 친구들까지 모두를 집에 초청해서 베드로를 기다렸습니다. 함께 한 그들 역시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저 고넬료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고넬료는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서 듣게되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홀로 듣지 않고 많은 이들과 함께 듣고자하는 긍휼한 마음까지 가지고 있었던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고넬료의 신실한 삶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었을 때에 더 강력해 졌습니다. 그 복음을 듣던 자리에서 성령을 받은 것입니다. 사도행전에서 소개하는 이방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성령을 받은 사람, 그리고 세례를 받은 사람이 된 것입니다.

우리는 늘 하나님이 내 앞에 불현듯 나타나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내 삶에 개입해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더 먼저인 것인 내가 먼저 그분 앞에 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삶으로 말입니다. 고넬료 처럼.

*집정관: 고대 로마 왕정이 무너진 이후, 왕 1명에게 권력이 독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만들어진 정치 체제인 로마 공화정 당시, 행정 최고 책임자로 매년 2명의 집정관이 선출되었다.

가이사랴 Ceasarea 의 고넬료 Cornelius PDF